시작(seezak) - 프로덕트 외 TMI들
프로덕트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났다. 여기까지는 제품을 만들고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해 시도했던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는데, 하지만 창업을 하며 한 일이 제품에 관한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앞선 이야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몇 가지 TMI 에피소드를 적어보려 한다.
1. 고려대학교 경영대 스타트업 대회에 나간 일

우리도 다른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확보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를 했음에도, 좋은 성과를 내기보다 좋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것이 많다. 실패는 쓰리지만, 계속 할 일을 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고려대 경영대에서 스타트업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경쟁률이 워낙 치열한 대회임을 들어왔어서 과연 이제 막 시작한 우리가 붙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두눈을 질끈 감고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치열하게 사업계획서를 가다듬고, 발표준비를 하고 노력했다. 한 몇 주 동안 매일 잠을 4시간 밖에 못자고 막 버스타면서도 졸고 준비하고 졸고 준비하고 그랬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 시즌에는 나름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서비스도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냥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기로 했다.
서류통과, 1차 대면발표, 2차 최종발표……. 등 길고 긴 과정을 거쳐 신랄한 비판과 숨막히는 Q&A를 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상위 12개 팀 안에 뽑혀 사무실과 상금 지원이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최종발표를 앞둘때만 해도 우승을 목표로 했었는데 막상 본선에 나가보니 망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극초기 단계인데에 비해 다른 여러 기업들은 이미 대기업(LGU+, 언더아머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었던 것이다. 여담으로 이 대회 우승팀은 발표에서 너무 떨어서 발표를 완전 망친 팀이 우승을 하게 되었다. 이 때 또 중요한 한 가지를 배우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겉치장이 아니라 본질이구나”
나도 멋져보이는 용어들에 집중할 게 아니라 “사업”이라는 본질에 더욱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계기였다.
2. 팀원을 설득한 일
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대부분 이 둘 중 하나였다.
- 스스로 옳은 결정을 내리는 일
- 이를 설득하는 일.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도 굉장히 어렵지만 때로는 이를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플랫폼을 만들때도 설득 때문에 힘들었을때가 있었는데 그 때의 이야기를 해보고자한다.
당시 우리 팀에는 유저인터뷰를 하다가 만난 디자이너 한 명이 합류해 있었다. 우리 서비스를 무척 좋아하다가 같이 일하게 된 팀원으로, 낮에는 회사에 다니고 밤에는 우리 일을 했다. 금융 대기업의 체계적인 환경에서 일하던 그 팀원에게, 매주 실험 결과에 따라 기획이 뒤집히는 우리 방식은 다소 적응이 필요했다. 우리 팀에서는 실험 결과에 따라 하던 일을 아예 버려야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일들이 반복될수록 해당 팀원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가는게 보였다.
이러한 문제는 플랫폼 전환을 준비하면서 크게 드러났다. 플랫폼 전환하면서도 디자인을 아예 엎어야하는 일이 생긴것이다. 처음에는 기존 채용플랫폼과 비슷한 형태로 디자인했지만, MVP를 운영하면서 유저 인터뷰를 해보니 사람들이 표로 정보를 비교하는 방식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개발할 플랫폼에서도 이를 반영해야 경쟁력이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 때문에 여태 작업한 디자인을 전부 버려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 팀원은 디자인을 바꾸는 일을 반대했다. 몇 가지 UX적인 우려점도 이유를 이야기했지만, 이미 작업을 마친 것을 되돌려야하는 스트레스도 큰 몫을 하는 듯 했다. 나와 다른 팀원들은 했던 작업을 버리는 일은 옳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야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기에 이 부분을 공감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왜 이쪽 방향으로 나와야하는지 논리적으로만 계속 설득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대화는 감정적으로 흘러갔다. 그 과정 속에서 다른 팀원 중 하나는 나보다 표현이 훨씬 쎘기에 나는 의도치 않게 내 의견을 죽이고 자연스럽게 둘 사이를 중재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발 물러서서 그 둘의 대화를 중재하다보니, 내가 나서서 말할 때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였다. 나는 계속 설득을 할 때 논리(로고스)로만으로 설득을 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득에는 단순히 논리만 있어서는 안되고 파토스, 에토스 등 여러 다른 요소들도 필요한데 논리만 강조하는 일은 역설적으로 비논리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설득을 위해서는 논리뿐만이 아닌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날의 논의는 거기서 마치고 한 템포 쉬고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다.
다음 날에는 로고스에만 기대던 설득에 파토스와 에토스도 더해보기로 했다. 먼저 파토스, 감정의 측면에서는 애써 끝낸 작업을 되돌려야 하는 좌절감에 공감하고, 다시 작업하게 된 데 대한 미안함을 전하고자 했다. (그 관점으로 문제를 다시보니 실제로 미안하게 느껴졌다.) 또한 팀원의 우려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함께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주고자 모바일에서의 UX 우려점과 같은 타당한 지적은 인정하고 보완책을 고민하여 제시했다. 그 다음 에토스, 신뢰의 측면에서는 화자를 바꾸어보기로 했다. 표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내가 제시하는 것이 아닌 유저 인터뷰를 통해 나온 실제 유저의 말과 NNGroup(UX 컨설팅 회사)의 리서치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로는 이번에는 말로만 논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인 데모(PC,모바일)을 준비하여 기존에 설명했던 논리를 더 잘 전달하고 우려했던 사용성이 어떻게 보완될 수 있을지 보여주려 했다.
결국 팀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시각적인 데모와 유저의 말이었다. 다음 날 저녁, 각자 일을 마친 뒤 그 팀원의 집 앞 카페로 찾아갔다. 작업을 되돌리는 데서 오는 좌절감에 공감하고, 준비한 초안을 보여주며 우려했던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이야기했다. 화면을 직접 보니 말로 들었을 때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다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에 “표라서 좋아요”는 유저의 말이 더해지면서 방향을 맞출 수 있었다. 우리끼리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 주장할 때와, 실제 사용자가 그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할 때는 달랐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과 팀원을 설득하는 일은 꽤 다른 일임을 또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설득에는 논리 외에 여러 요소가 필요한 복잡한 일이라는 것 또한 느끼게 되었다.
모든 일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느냐? 꼭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핵심적인 방향에는 공감대가 있어야 함께 힘껏 달릴 수 있다. 설득에 걸린 일주일은 당시에는 답답한 시간이었지만, 이후 그 팀원이 보여준 노력과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돌아보면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란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성공했을때는 그만한 보상이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일이었다.
3. 우리 사무실 보고 도망갈까봐 청소한 일


우리의 초기 사무실은 허름하지만 나름 아늑했다. 다만 남자들끼리 모여 쓰는 공간이다 보니 청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 앞서 이야기한 여자 디자이너 팀원이 팀 합류 후 처음으로 사무실을 방문하는 날이 다가왔다. 그동안 카페나 온라인에서 미팅할 때는 다들 점잖은 척을 해놓고, 막상 사무실 꼴을 보여주려니 민망했다. 보고 도망가면 어쩌나 싶었다. 특히 화장실이 문제였다. 화장실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그런 구조도 문제였지만,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그 노란 등불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다이소에서 청소도구를 사와서 사무실을 싹 청소했다. 화장실 또한 깨끗이 물청소하고, 전등은 어두침침한 노란색 등에서 흰색 밝은 등으로 교체까지 했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 디자이너 팀원이 사무실로 왔다.
…
다행히 도망가지 않았다.
4.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연락이 온 일
<미팅 이메일 사진>
창업하며서 힘들었던 날들이 참 많다. 특히 열심히 준비했던 것의 결과가 안좋거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특히 그랬다. 물론 많은 실패가 필요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실패를 마주하게 되면 기운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 날도 준비했던 것들이 잘 안풀렸던 어느 힘들었던 저녁이었다. 팀원 한 명과 서로 아무 말없이 설렁탕 한 그릇하고 마저 야근을 하러 들어왔다. 돌아와서 메일함을 둘러보던 팀원이 말했다.
“엥? 형. 카카오벤처스에서 연락왔는데?” “……….? 카카오벤처스?”
메일함을 보니 카카오 벤처스 모 심사역으로부터 온 이메일이 있었다. 우리가 뭘 지원하거나 먼저 연락은 없었다. 그래서 더 놀랐던 것 같다. 우리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지….?
그렇게 우리는 예상치 못하게 카카오벤처스 모 심사역과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긴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우리 제품과 만드는 과정을 인상깊게 봤고 채용 쪽 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히려고 하고 있는데 지금 투자라운드를 돌고 있는지 물어보는 내용이었다
긴급 팀 미팅에 들어갔다. 우리가 돈이 필요한가? (다소 웃긴 질문이긴 한데, 당시에 나와 팀원들은 극단적 본질주의자에 가까웠다.) 논의 결과, 우리가 돈을 받아봤자 그 돈 가지고 쓸 곳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소모되는 것은 우리의 인건비뿐인데 지금 중요한 건 투자가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못 찾는다면 어차피 투자를 받는다 해도 망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되돌아보면 투자는 단순히 돈 이외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에는 이 점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아직 투자를 고려하지 않다고 전달을 하게 되었다.
그 후에도 한 차례 다른 VC 한 곳으로부터도 연락이 왔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확인해본 결과, 우리 팀이 세 번이나 추천되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절차는 진행은 했지만 최종 미팅을 앞두고 결국 아직 투자는 이르다는 팀 내부 판단에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다.
그렇게 투자 관련된 일들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비록 떨어진 팀의 잔고는 아직 채우지 못했으나, 떨어진 팀의 사기를 한 번 채울 수 있었다. 항상 외부에 보이는 것들보다 비지니스적인 본질을 쫒는데 집중했던 우리는 다른 팀들에 비해 외형이 초라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노력들을 외부로부터 작게나마 인정 받은 것 같아 기뻤다.
6. 선운사로 템플스테이를 간 일
겨울 쯤 팀원들끼리 정신수양겸 고창에 있는 선운사에 템플스테이를 떠났다ㅋㅋㅋ
정신도 수양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 당시 작성한 글이 있어서 그 글로 대체한다.
[ 템플스테이 후기 ]
어느 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S군이 말했다.
“캬아 난 이런게 참 좋단 말이지”
S군의 모니터 화면에는 다소 옛날스러운 디자인의 웹사이트에 새하얀 눈이 가득한 절 사진이 띄워져있었다. “오~ 갬성있는데~”하며 대화를 할 때까지도 몰랐다. 이 곳이 우리 회사의 다음 워크샵 장소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된 템플스테이 워크샵에 나는 조금 설렜다. 예전부터 한 번쯤 템플스테이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막상 실행까지 옮길 정도의 여유와 실행력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가보게 되어 좋았고 은근히 기대도 되었다. 템플스테이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안의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비우고 올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약할 때만 해도 멀게 느껴졌던 워크샵 일정은 이래저래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어느 새 빠르게 다가왔다. 일주일동안 예비군을 갔다오고나니 어느 새 템플스테이의 날이 밝았다. 8시에 팀원들과 용산역에서 만났다. KTX를 타고 정읍역에 내려 이래저래 버스를 타가며 고창에 있는 선운사에 도착했다. 도착 후 짐을 풀고 절에서 나누어 준 보라색 누빔 바지와 조끼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도를 아시나요 룩’을 완성한 채, 본격적인 템플스테이 체험에 나섰다.
- 선운사 둘러보기
- 고요함 속에서의 공양(식사)
- 시간 착각해서 저녁예불 놓치기
- 뜨끈뜨근한 한옥 방 안에서 팀원들과 회고하기
- 새벽 3시50분에 일어나서 어둠 속을 헤치고 새벽예불 가기
- 스님과의 차담
- 천마봉 등산하기
등등….
그렇게 1박 2일동안의 스케줄을 잘 끝내고, 뜬금없이 맛있던 터미널 근처 쌈밥집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템플스테이에서의 활동이 아닌 극락교 앞에서 우연히 마주한 한 비석의 내용이었다.
-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 일을 꾀하는데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말라…….‘
평소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무 걱정과 어려움이 없는 상태를 정상의 상태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정상”의 상태가 깨질 때마다 나는 불만, 걱정, 짜증, 화남 등의 감정으로 내 마음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 비석의 내용을 보고 나는 내 감정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내 불만이라는 감정은 정상, 즉 0의 상태를 잘못 인지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고난이 “원래”의 상태라면 나는 무엇에 그렇게 불만이고 힘들었던 걸까?
그 깨달음 이후로 템플스테이에서 지내는동안 춥거나, 배고프거나, 힘들거나, 사소하게라도 불만이라는 감정이 마음 속에서 스믈스믈 피어날 때마다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 안 춥기를 바라지 말라.
- 안 배고프기를 바라지 말라.
- 힘들지 않기를 바라지 말라.
- 뭐 하나 제대로 되기를 바라지 말라…….
아무 어려움 없는 평온한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화나고 투덜거리게 되고 짜증나는 그런 상황들이 “정상”의 상태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전보다 평온해졌다.
마지막 날, 팀원들과 함께 천마봉 등산을 나서다 절벽에 새겨진 거대한 부처님 석상을 마주했다. 부처님 앞에 펼쳐진 넓은 돌바닥 단상을 앞에 두고 나는 올라갈지 말지 망설였다. 발이 너무 시려웠기 때문이다.
“신발 신고 멀리서 예불해도 부처님이 용서해주시지 않을까? 그래도 부처님인데….”
그런 쓸 데 없는 생각에 잠겨있던 차, 빨리 올라오라는 S군의 소리를 듣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C군과 함께 밍기적 밍기적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차가운 돌바닥 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다 같이 부처님께 반 배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S군이 각자 팀적인 소원을 하나씩 말해보자고 얘기했을 때, 속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작 팀이 잘 되게 해달라고 할까?”
“시작 팀의 모든 일이 잘 풀리게 해달라고 할까?”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어느 새 내 차례가 왔다.
그래서 여러 고민 끝에, 입을 떼고 내 소원을 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것들을 이루어 나갈테니 잘 지켜봐주세요.”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않는 것. 그리고 그 답을 밖이 아닌 내 안에서 찾는 것.
그것이 내가 이번 템플스테이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6. 예비창업패키지 발표를 망한 일
투자를 받지 않기로 한 우리는 창업지원금을 준비했다. 창업을 고민하던 시절부터 여러 지원사업을 알아봤는데, 그중 예비창업패키지가 우리가 도전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해서 선정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도 지원 자격을 맞추기 위해 법인 설립까지 미뤄가며 준비했고, 마침내 소셜벤처 분야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발표를 준비하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놓쳤다. 바로 누가 우리 이야기를 듣는지였다. 당시 VC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투자 미팅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표를 준비했다. MVP로 무엇을 검증했고 어떤 지표가 나왔는지, 어떤 기업들이 공고를 올렸고 어떤 투자사와 논의하고 있는지를 열심히 설명했다. 이 정도면 우리가 꽤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앞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투자자가 아니라 소셜벤처 분야의 심사위원들이었다. 우리는 사업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지만, 그들이 더 궁금해했던 것은 이 사업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였다. 정작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이야기는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채,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것만 잔뜩 준비해 간 셈이었다. 그 차이는 2차 발표의 Q&A에서 고스란히 드러났고, 우리는 말 그대로 탈탈 털렸다.
발표 막바지에 분위기가 조금 바뀌는 순간이 있기는 했지만,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망했다.
근처 카페에 모여 앉아서도 다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투자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데에는 예비창업패키지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기에,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은 아닌지 후회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다행히 선정되어 꽤 큰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만큼이나 발표에서 혼쭐났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설명을 잘하는 데만 신경 썼지, 듣는 사람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 이 일을 통해 어떻게 말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누구에게 말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걸 배웠다.
5. 예비창업패키지 OT날에 가서 영업한 일
바쁘게 일을 하던 중, 어느 새 예비 창업 패키지 OT날이 다가왔다. 그냥 돈을 어떻게 집행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곳이었는데, 사무실에서 문득 앉아있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우리 뽑아갈까? 거기 가면 스타트업들 모여있을 거 아니야?
그래서 알파문구로 가서 50부 인쇄했다. 더 필요하려나 잠깐 고민했지만, 어차피 OT에 참석하려면 시간이 없어서 일단 인쇄하고 호치케스로 열심히 찍어서 갔다.
가서 분위기를 쓱 둘러봤다. 쉽지 않았다. 말 거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렇게 잠깐 화장실을 갔다오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는사실을 알게 되었다. S야. 우리 교대로 화장실 앞에서 영업하자ㅋㅋㅋ 저기 사람 많다잉
그래서 화장실 앞에서 우리는 교대로 나누어주게 되었다.
그렇게 OT가 끝나고 입구에서 또 2차로 호객행위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하하 저희도 이번에 예창패 합격한 팀인데요, 이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혹시 관심 있으시면 읽어보시고 편하게 연락주세요~하하”
- 명동으로 이사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