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seezak) - 창업기

내 인생에서 어떤 대단한 업적을 남긴 때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어느 순간이 바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몰두했던 시기가 있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바로 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건 바로 창업 했을 때이다.
다 끝나고 나서 돌아보면 기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때가 참 길게 느껴진다. 이 이상한 시간 왜곡 현상은 지금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도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 날 팀원들과 골목 계단에 앉아 다이제를 먹으며, 이런 얘기를 한 기억이 난다.
“시간이 왜 이렇게 느리게 가지?”
그 당시 팀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았을 때, 우리의 시간이 외부의 시간보다 약 3배는 더 느리게 가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아마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간 건, 1주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서였던 것 같다.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던 우리 팀에는 매번 1주 안에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났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모두 밤낮,평일, 휴일 할 것 없이 일에 미쳐서 살았었다. 밤늦게까지 화이트보드에 끄적여가며 회의하고나서, 다들 알바하러 흩어지던 웃픈 광경도 문득 떠오른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배우게 된 것들도 많다. 하지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매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겠는지 모르겠는 마음에 정리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지금,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 시절 기억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휘발되어가는 그 때의 경험들을 잊지 않고자 조금이나마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1. 창업을 하다.
1.1 창업 계기
나는 대학교 시절 세 차례 개발자로 인턴을 한 적이 있다. 그 중 일부에서는 우연히 기획 업무도 같이 하게 된 적이 있는데, 그 때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대한 재미를 처음 느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나는 개발 밖에 몰랐었는데 (사실 개발도 잘 몰랐다) 개발 외에 유저인터뷰도 직접해보고 기획도 직접해보는 경험을 통해, 내가 단순히 개발뿐만 아니라 ‘멋진 제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구나 하는 점을 처음 깨달았다. 그래서 그 이후 디자인 스프린트, 기획, 프로덕트 디자인, 애자일, 린 스타트업 등 개발과는 다소 상관 없는 내용들을 책, 아티클, Coursera, Udacity, Linkedin Learning 등을 통해 독학하고는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대학을 졸업하고, 문득 이런 쓸데없는 욕구에 휩싸이게 된다.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평범한 그런 거 말고, 뭔가 멋진 걸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당시 많은 고민 끝에 ‘여러 괜찮다고 여겨지는 선택지들’ 대신 창업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1.2 공동창업자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우연한 계기로 공동창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나는 여러 독학을 통해 ‘프로덕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관한 디자인, 기획, 개발을 총 망라한 나만의 개똥철학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생각들과 결과물을 블로그에 올려놓았었다. 그런데 우연히 이 글들을 보게 된 한 사람으로부터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삼각지 근처의 한 피자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보다 서로 생각이 잘 통했다. 있어보이는 것들 말고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MVP로 빠르고 가볍게 검증해야 한다는 것, 개발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 등… 그렇게 그 만남을 시작으로 이후 몇 차례 미팅 끝에 같이 공동창업을 해보기로 하였다.
1.3 문제정의: 좋은 디자이너를 구하기 어렵다.
그렇게 나 포함 세 명이 팀으로 뭉쳤다. 초기에는 아트테크와 관련된 비지니스 아이디어로 여러 시도들을 해보고자 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이 쪽으로는 승산이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아이템으로 피벗을 해야 할 지 큰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우리는 새로운 문제 하나에 직면하게 된다. 당시 우리는 디자이너를 구하고 있었는데 원하는 디자이너를 구하기가 참 어려웠던 것이다. 한 번은 국민대 출신의 디자이너가 팀원으로 합류한 적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와 잘 맞지 않았다. 좋은 디자이너를 구하는 일은 참 중요한데… 그러면서도 참 어렵구나. 혹시 다른 스타트업들도 같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겪은 ‘디자이너 채용의 어려움’이라는 이 문제를 한 번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한 번 조사해보기로 했다.
1.4 유저 인터뷰

먼저 유저인터뷰를 빠르게 해보기로 했다. 가상의 머릿 속 생각들보다 실제 존재하는 날 것의 인사이트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 날, 쿠크다스 몇 통과 음료수를 들고서 모르는 스타트업들 사무실을 기웃대기 시작했다. 무작정 건물 앞으로 가기는 했으나, 너무 사무적인 분위기인 곳에서는 차마 용기가 안나서 되돌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여러 곳을 기웃거리다 마침내 창업센터 건물에까지 도착했다. 여러 스타트업을 한번에 만날 수 있으니 우리 목적에는 제격이었다. 그렇게 창업센터 건물 로비에 서성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치 ‘도를 아십니까’처럼 말을 걸기 시작했다. “하하…안녕하세요 저희는 누구누군데요 혹시 잠깐 과자 먹으면서 커피챗 가능할까요..?” 하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짠해보였는지, 다행히도 다들 생각보다 호의적으로 우리를 받아주었다. 그렇게 로비에서 과자통을 들고 무한 “하하”를 반복하며 인터뷰를 해본 결과, 이건 어쩌면 풀어볼만한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비슷한 경험을 한 팀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이미 여러 채용플랫폼이 있었으나,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그들의 문제를 풀어주지 못했다. 이후 몇 차례 인터뷰를 더 해보며 확인해본 결과, 한 번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우리는 디자이너 분야에도, 채용 분야에도 아무런 연고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작은 연관점은 내가 전에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한 적이 있다는 점이었다. 프로덕트 제작에 대해 공부하던 시절, 나는 디자인의 기본을 모르고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해외 미대(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수업을 듣거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쓰던 프로그램(Sketch, Affinity Designer, Adobe XD)을 구매해서 직접 연습하거나, 미디엄(Medium)에서 글로벌 빅테크 디자이너들이 쓴 아티클을 읽거나 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당시에는 관심있으니 하는거지 이 지식이 어디에 쓰일 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인생 참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용이라는 분야는 우리 셋 모두에게 너무 새로운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그 분야의 관습을 모른다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제만 있다면야 해결책은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해보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는 빠르게 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지켜보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은 그만하고 빠르게 MVP 제작해서 이 시장을 한 번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1.5 앞으로의 숙제
MVP를 통해 검증해야 하는 것.
- 디자이너 채용 플랫폼으로 수익이 나는 비지니스 모델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한 세부적인 실행 단계는 다음과 같다.
- 1단계. 채용플랫폼 MVP를 만든다.
- 2단계. 상품 구현을 위해 필요한 충분한 수의 구직자와 채용자를 확보한다. (광고 또는 인재풀 등과 같은 채용상품은 특성상 일정 정도의 유저 수가 필요하기 때문)
- 3단계. 수익 모델을 검증한다.
( 이보다 더 간소화할 수는 없는가? 가령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구직자와 채용자만 구해서 BM을 테스트해보는 것과 같은 방법 말이다. 물론 그런 방법도 있다. 하지만 당시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만 적어두고 일단 넘어가겠다.)
2. 채용플랫폼 MVP 만들기
💡 [1단계] 채용플랫폼 MVP 만들기
: 개발없이 노션과 구글폼으로 1주만에 제작하다.
속도는 나와 팀원들이 항상 가졌던 공통적인 공감대였다. 창업 초기부터 모두가 “속도 속도 속도”를 외치는 우리 팀은 매번 1주 안에 어떤 실질적인 결과를 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AI가 나오기 이전 시절, 당시에는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지금보다 길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채용플랫폼 MVP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고민 끝에 노션과 구글폼만을 이용해 1주일 내로 만들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션에 있는 표를 이용해서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올리고,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면 구글폼을 제출하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디자이너가 모이고 나면, 기업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더 구체적으로 기획해 수익모델을 테스트해보자는 간단한 계획을 세웠다.
비록 완벽한 계획은 아니었지만 일단 빠르게 실행하며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소 허접하지만 빠르게 디자이너 채용 플랫폼 구현에 필요한 디자이너를 모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검증해보기로 했다.
2.1 시도한 일
기업공고 모으기
MVP를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공고였다. 따라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업 공고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무작정 각종 채용플랫폼에서 채용중인 기업을 찾아서 이메일과 전화를 돌리며 우리 플랫폼에 올려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연락을 해봐도 거절하거나, 생각해보겠다고 한 뒤에 연락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업들의 반응을 보며 분석해본 결과, 기업 측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번거로움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채용공고를 추가적으로 노출할 수 있다는 점은 좋으나, 일이 바쁜 와중 공고에까지 신경 써야하는게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허들을 최대한 낮출 수 있을까 고민했고, 기업 측이 OK만 하면 우리가 다른 공고를 참조하여 대신 작성해주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우리가 생각해 낸 방안은 다행히 반응이 좋았고, 그 결과 초기에 디자이너를 모으는데 필요한 공고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플랫폼 MVP 만들기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플랫폼이었다. 플랫폼 구현에는 두 가지가 중요했다.
[ 최대한 빠르고 가볍게 구현할 것 - 노션, 구글폼 활용 ]
플랫폼 MVP를 최대한 빠르게 구현하기 위해 노션과 구글폼을 이용했다. 노션의 표를 이용해 채용공고를 보여줬고, 구글 폼을 이용해서 지원하기 기능을 대체했다. 채용공고에 누군가가 지원하면 우리가 직접 이메일을 통해 해당 기업에게 수동으로 알려줬다. 비록 일일이 수동으로 해야하는 불편점이 있었으나, 지금 단계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었고 오히려 더 가성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 다른 곳과 차별점을 가질 것 - 연봉 정보, 사수여부 제공 ]
빠르게 구현하는 것 이외에 중요한 점은 차별점이었다. 당시 이미 시장에는 원티드, 잡코리아, 사람인, 캐치, 디자이너잡 등 각종 채용플랫폼이 많았고, 이들 대신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려면 차별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 차별점 1: 표로 보여주기
- 첫번째는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필요한 정보를 표 형태로 정리해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하면 ‘허탕’치는 일 없이 공고를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션 표를 이용했다. 공고를 우리가 기획한 특정한 양식에 따라 정형화해서 표로 한눈에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만들었다.
- 차별점2: 구직자들이 진짜 원하는 정보 보여주기(연봉정보, 사수여부 등)
- 두 번째는 구직자들이 구직시 정말로 궁금해하는 정보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유저 인터뷰를 해보니, 구직자들은 연봉, 사수 여부 등과 같은 정보들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기존 플랫폼에서는 이런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정보들을 추가하기 위해서 기업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직접 정보를 알아내는 방법을 택했다.
- 이 중 연봉 정보는 일일이 연락을 한다해도 받아내기 어려웠었지만, 구체적인 연봉이 아닌 연봉 범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타협에 성공했다. 점점 공고에 연봉 범위를 적는 기업들이 많아지자, 대부분의 기업들도 이를 공개하는데 꺼림이 적어졌다.
디자이너 모으기
그렇게 3일 만에 MVP 웹사이트가 제작이 되었다. 플랫폼MVP 제작이 끝난 후에는 디자이너를 모으기 위해, 미대가 있는 대학교, 디자이너 커뮤니티, 디자이너 단톡방, 주요 디자이너 학원들에 연락하여 우리 서비스를 홍보했다. 소속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줘야하는 대학교, 학원들 입장에서 일자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 했었는데, 막상 돌아가며 연락해보니 이 생각이 적중했다.
이렇게 1주일도 안되어 다소 허접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시작 아카이브’ 라는 MVP가 만들어졌다.
옛날 시작 MVP의 모습 (과거사이트 캡쳐본이여서 작동은 안하고 어땠는지 느낌만 확인 가능하다)

2.2 결과
이렇게 만들어진 노션 MVP에는 외부서비스(oopy)를 활용하여 구글 애널리틱스를 달아 이용자 현황을 측정했다.
- MAU 1,000
- User Stickiness 0.7 ≥
유료광고 없이 홍보했던 것을 감안했을때는 꽤 괜찮은 결과였다.
특히 MAU 보다도 인상 깊었던 것은 높은 User Stickiness 수치였다. User Stickiness를 30%정도로 목표로 했었는데 이보다 더 높은 70%라는 수치가 나왔다. 처음에는 예상보다 높은 수치에 잘못 측정된 것이라 생각했지만, 긴 기간 반복해서 검토한 끝에 실제 수치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유저인터뷰를 해보니 정성적으로도 이 수치와 비슷한 반응이 나왔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이 서비스를 유용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연봉정보와 사수여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듯 했다. 물론 재방문이 상대적으로 높은 채용플랫폼이라는 분야 특성을 고려해야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일만에 만든 다소 허접한 이 사이트에 재방문율이 상당히 높은 건 유의미한 결과였다.
성장 초기 단계의 소셜 제품은 DAU/MAU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으며, 약 30% 수준일 수 있다. 사용자 수가 증가하고 시장 침투율이 높아짐에 따라 DAU/MAU 비율도 상승하기 시작한다. ( Social products in the early stages of growth tend to have a relatively small DAU/MAU, perhaps 30 percent. As more users join and market penetration increases), DAU/MAU begins to grow.)
출처: Sequoia Capital, Measuring Product Health https://articles.sequoiacap.com/measuring-product-health
DAU/MAU 비율이 0.6이라는 것은 월간 활성 사용자 중 60%가 매일 해당 제품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이는 제품이 매우 건강한 상태임을 나타낸다. (A DAU/MAU ratio of 0.6 means 60 percent of people who come to the product on a monthly basis are also coming back on a daily basis. Generally, this means the product is very healthy.)
출처: Sequoia Capital, Measuring Product Health https://articles.sequoiacap.com/measuring-product-health
3. 유저 확보하기
💡 [ 2단계 ] BM 테스트를 위한 충분한 유저 확보하기
채용플랫폼을 1주일만에 빠르게 제작해보았는데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자, 이제 필요한 것은 충분한 디자이너 수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수의 디자이너를 확보하는게 중요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상품은 커피챗을 할만한 디자이너들의 리스트를 제공하여 기업의 채용을 돕는 것인데 인재풀에 등록된 디자이너 수가 많아져야 상품으로서 매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디자이너 수를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또한 당시에는 디자이너가 늘면, 이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BM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다만 수익모델 검증이 안된 현시점에서 유료광고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했다. 그보다 서비스적인 차별점이나 지속적인 유저 유입을 만들어 낼 마케팅 퍼널을 만드는 시도들을 하나씩 해 나갔다.
3.1 시도한 일
서비스적으로 시도한 것들
- ❌ 시도 1. 신입을 위한 채용플랫폼
- 시도한 것
- 신입 디자이너가 지원할 수 있는 채용공고만 모아 제공했다.
- 그랬더니…
- 예상과 달리 유입된 디자이너의 60% 이상이 경력자였다.
- 기업들도 신입보다 경력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싶다는 반응이 많았다.
- 시도한 것
- ❌ 시도 2. 좋은 스타트업 공고를 모아놓은 채용플랫폼
- 시도한 것
- 디자이너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스타트업의 공고만 모아 제공했다.
- 유명 기업·대학·연구소 출신 임원진이 있거나, 10억 원 이상 투자를 받은 기업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 그랬더니…
- 어디까지를 ‘좋은 스타트업’으로 볼 것인지 기준을 정하기가 까다로웠다.
- 이런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디자이너는 전체의 10% 미만인 소수의 상위권 디자이너에 그쳐, 수요가 제한적이었다.
- 시도한 것
- ❌ 시도 3. 기업 유형별로 공고를 볼 수 있는 채용플랫폼
- 시도한 것
- 대기업, 중견기업, 스타트업, 유니콘, 일반기업, 막 시작한 기업 등으로 유형을 나눠 공고를 모아 제공했다.
- 그랬더니…
- 유형 간 경계가 모호해 어느 쪽으로 분류해야 할지 애매한 기업들이 많았다.
- 디자이너들의 반응도 저조했다. 기업 유형별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 시도한 것
- ❌ 시도 4.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모두 채용할 수 있는 플랫폼
- 시도한 것
- 기존 플랫폼과 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개발자 채용으로도 직군을 넓혀보았다.
- 그랬더니…
- 직군마다 채용자와 구직자의 행동 패턴이 달라, 기존 기획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 운영 업무가 늘어나 팀의 부담이 커졌다.
- 사업적으로 집중해야 할 대상도 분산됐다.
- 시도한 것
- ✅ 시도 5.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채용플랫폼
- 시도한 것
-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한눈에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 연봉, 사수 여부, 팀원 정보를 추가하고, 각 스타트업에 관한 정보를 나무위키처럼 모아둔 ‘기업백과’를 만들었다.
- 그랬더니…
- 유저 인터뷰에서 연봉·사수 정보와 기업백과가 유용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공고 상세페이지를 일일이 열지 않아도 중요한 정보를 비교할 수 있어 좋다는 피드백도 많았다.
- 실제로 MAU와 재방문율이 올라갔다.
- 시도한 것
마케팅적으로 시도한 것들
- 네트워킹 모임
- 디자이너 네트워킹 모임을 직접 주최하여 매주 사람들을 만났다. 만나서 디자이너의 삶 얘기도 듣고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들을 수 있었다.
- 오픈카톡
- 디자이너들이 있는 20여개의 오픈카톡방에서 서비스를 홍보했다.
- 시작클럽
- 파일럿 프로젝트로 초대제 기반 프라이빗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 블로그 및 SNS
- 브런치, 네이버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SNS 를 컨텐츠를 올려 홍보했다.
- 미대 및 유명 디자인 학원과 제휴
- 직접 연락을 돌리며 협의한 결과, 50여개의 대학교, 5개 이상의 디자인 학원 게시판에 우리 사이트의 공고와 링크를 올릴 수 있게 되었다.
3.2 결과
디자이너 유저 확보 - MAU 6,000+
기업 유저 확보 - 우아한 형제들, KB국민은행 등 250개 이상의 기업공고 등록
제휴 대학교 및 학원 - 50여개 대학교 및 유명 디자인 학원과 공고 제휴(서울대, 고려대, 홍익대, 국민대, 디자이나스, 윤빌리티 등)
SEO - 구글 “디자이너 채용플랫폼” 검색시 1위 (유료 광고 제외)

기타
- 고려대학교 경영대 스타트업 대회 TOP12
- VC 2곳으로부터 투자 미팅 제의(카카오벤처스, T사)
- 예비 창업 패키지 소셜벤처 분야 선정
그 외 유저 반응 - 우리 서비스를 분석해서 올린 블로그 글도 생겼다.
계속 실험을 하다보니 어느정도 디자이너들의 니즈에 맞는 채용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고, 그 결과 유료광고 없이 MAU는 6,000명이 넘어갔다. 어느 정도 구직자들이 플랫폼에 모이니 공고를 등록하는 회사들도 늘어났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우아한 형제들, 국민은행, 로톡 등 들어본 기업들도 우리 플랫폼에 공고를 등록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했다.)
이 때쯤 되니 우리는 어느새 비지니스 모델에 필요한 최소 요건을 거의 다 갖추게 되었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들어오는 채용플랫폼도 있었으며, 구직자도, 채용자도 생겼다.
자 그렇다면 이제 더 중요한 문제
비지니스 모델을 찾을 차례이다.
4. BM 테스트하기
💡 [ 3단계 ] BM 테스트하기
창업을 하며 물론 어려웠던 점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그 중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바로 제품으로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수익화를 위해서 우리는 계속 기업과 디자이너를 인터뷰하고 니즈를 조사하면서 상품을 기획했다. 그리고 기획한 상품을 판매해보면서 수익이 나는지 테스트 해보았다.
4.1 시도한 일
시도 1: 기업서비스 - 시작 인재풀 (8개월 시도)

- 시도
- 상품 소개
- 최근 3개월 내 구직 중인 인재들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커피챗을 제안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 상품 차별점
- 면접보다 부담이 적은 만남 - 정식 면접보다 부담이 적은 커피챗으로 후보자를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 구직 중인 인재 자료를 제한 없이 열람 - 최근 3개월 내 구직 중인 인재들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한 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 채용 조건에 맞는 후보자를 미리 판단 - 희망 근무지역과 연봉 등을 미리 제공해, 우리 회사의 조건에 맞는 후보자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 실행 방식 - 구글시트로 MVP 구현
- 수요를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별도 개발 없이 구글시트로 상품을 구현했다. Airtable, Baserow 등 다른 노코드 툴도 검토했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구글시트를 선택했다.
- 지정한 고객에게만 접근 권한을 줄 수 있었다.
- 고객이 별도로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 운영 팀원들에게도 익숙한 툴이었다.
- 몇 개월간 실제로 운영해보니, 초기 상품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한 선택이었다.
- 수요를 빠르게 검증하기 위해 별도 개발 없이 구글시트로 상품을 구현했다. Airtable, Baserow 등 다른 노코드 툴도 검토했지만, 다음 세 가지 이유로 구글시트를 선택했다.
- 상품 소개
- 결과
- 영업을 통한 반복 판매 - 꾸준한 영업으로 반복적인 판매는 이루어졌다.
- 필요성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 - ‘꼭 필요하다’보다는 ‘어? 괜찮네’에 가까워, 정말 원하는 문제를 풀어주고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 정보 보강만으로는 부족한 개선 - 제공하는 데이터 항목을 추가하며 개선해봤지만, 정보 보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상품 자체의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시도 2: 기업서비스 - 유료 공고 상품 (5개월 시도)

시도
- 상품 요약
- 공고는 무료로 등록하되, 실제 채용이 이루어졌을 때만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였다.
- 차별점
- 성공 시 지불 -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기업이 부담 없이 공고를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 실행 방식
- 기업 인터뷰 - 처음에는 공고 등록 자체에 비용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여러 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채용에 성공했을 때만 비용을 받는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 법적 검토 - 다른 회사의 유사 사례를 조사하고 법적인 검토를 거쳐, 채용 성공 시 수수료를 받는 상품을 구성했다.
- 상품 요약
결과
- 월 매출 300만 원 - 월 6~8개 정도 판매했다.
- 제한적인 수요와 더딘 판매 성장 - 일부 수요는 확인했지만,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 채용 성사 여부에 달린 불안정한 수익 - 실제 채용이 이루어져야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여서 수익이 불안정했다.
❌ 시도 3: 유저서비스 - 시작 클래스 (2개월 후 서비스 종료)

- 시도
- 상품 요약
- 포트폴리오 작성이 막막한 신입 디자이너를 위해, 대기업·유니콘 출신 디자이너가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였다.
- 차별점
- 대기업·유니콘 출신 현직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구체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실행 방식
- 노션 MVP - 기존 채용플랫폼의 노션 표를 재활용해,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했다.
- 강사 섭외 - 대기업·유니콘 출신 디자이너에게 연락해 함께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 디자이너 대상 홍보 - 기존 채용플랫폼을 통해 모인 디자이너들에게 서비스를 알렸다.
- 상품 요약
- 결과
- 월 매출 100만 원 이하 - 매출 규모가 작았다.
- 취업준비생이 만족하는 피드백 제공 - 실력 있는 현직 디자이너들과 클래스를 기획해, 취업준비생들이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 높은 강사 비용과 낮은 수익성 - 강사 비용이 높고 우리가 받는 수수료는 적어, 충분한 이익을 내기 어려웠다.
🤔 시도 4: 유저서비스 - 시작 스쿨 (2개월 테스트 후 서비스 종료)
- 시도
- 상품 요약
- 실무 경험이 부족한 디자이너를 위해, 실제 기업과 협업하는 프로젝트와 시니어 디자이너의 취업특강을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였다.
- 서비스 차별점
- 실무자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 - 토스, 카카오, 야놀자 등 대기업·유니콘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경력 디자이너들의 의견을 반영해, 실제 기업이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역량을 배울 수 있도록 했다.
- 실무 경험 - 실제 기업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 실행 방식
- 인터뷰
- 시니어 디자이너 인터뷰 - 대기업·유니콘 출신 시니어 디자이너들을 만나, 기존 교육에서 부족한 부분과 지원자에게 필요한 역량을 조사했다.
- 디자인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실무자 인터뷰 - 채용할 때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지 조사했다.
- 취업준비생 인터뷰 - 20명 이상의 취업준비생을 만나, 취업을 준비하며 겪는 어려움을 들었다.
- 프로그램 기획 - 인터뷰에서 파악한 내용을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 운영 기반 구축 - 대기업·유니콘 출신 시니어 디자이너 멘토를 섭외하고, 실무 프로젝트에 참여할 스타트업 4곳을 확보했다.
- 출시 및 홍보 - 기존 채용플랫폼에 모인 디자이너들에게 서비스를 알렸다.
- 인터뷰
- 상품 요약
- 결과
- 1회 모집 매출 1,000만 원 - 1회 모집 기준으로 1,000만 원의 매출을 확보했다.
- 목표 지표 미달로 종료 및 환불 - 목표했던 지표에 미치지 못해 서비스를 종료하고 환불을 진행했다.
- 후속 저가 상품으로 손익분기점 돌파 - 교육 상품의 토대는 남았다. 이후 더 저렴한 가격대의 ‘시작 스프린트’로 재구성해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4.2 결과 분석
길고 긴 여정 끝에 BM 테스트 결과까지 나왔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인재풀과 유료공고를, 디자이너를 대상으로는 교육 상품을 판매해보았다. 일부 매출은 있었지만, 계속해서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기에는 부족했다
돌아보면 가장 큰 문제는 처음 풀기로 한 문제가 충분한 사업 기회로 이어지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좋은 디자이너를 구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기업이 그 어려움을 얼마나 자주 겪고,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돈을 쓸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우리가 만난 기업들은 개발자를 여러 명 뽑을 때 디자이너는 한 명 정도 뽑는 경우가 많았다. 디자이너 채용이 어렵다는 말만으로는, 그 채용을 돕는 서비스에 충분한 수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물론 처음부터 채용플랫폼 자체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기업과 디자이너를 모으고, 그들과 계속 만나면서 돈을 내고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다른 문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앞서 적었던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에는 이런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교육 상품까지 시도했지만, 그 역시 우리가 원했던 수익 모델을 찾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더 해볼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채용플랫폼의 직군을 개발자 등으로 넓혀 더 큰 수요를 찾아볼 수도 있었고, 디자이너 교육을 더 저렴한 상품으로 다시 구성해볼 수도 있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모은 유저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방향에 다시 집중할지 결정해야 했다.
4.4 그 이후의 일들
하지만 다음 방향을 정하는 일에서 우리는 끝내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어떻게든 수익 모델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은 같았지만, 각자가 원하는 방향은 달랐다.
나는 채용플랫폼의 직군을 넓히는 방향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디자이너 교육을 더 해보자는 방향도 있었지만, 내가 만들고 싶었던 제품과는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때부터 무언가 멋진 제품을 만들고 싶었고, 교육 사업은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팀원의 생각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같은 제품을 만들며 달려왔어도, 각자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앞으로 하고 싶은 일까지 같았던 것은 아니다. 각자 동기의 차이는 어느 쪽이 더 나은 사업인지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좁히기 어려운 차이였다.
여기에 공동창업자 세 명의 역할과 의사결정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관한 문제도 겹쳤다. 그동안 공동창업자 세 명이 함께 의사결정을 해왔지만, 중요한 선택 앞에서 의견이 갈리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향후 투자까지 염두에 두면서 각자의 역할과 의사결정 권한을 더 명확히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로 바꿀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합의한 줄 알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됐고, 그럴수록 서로 지쳐갔다.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눴지만 끝내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결국 나를 포함한 두 명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남은 한 명이 지금까지 쌓아온 자산을 바탕으로 디자이너 교육 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끝까지 원하는 결과를 보고 싶었기에 아쉬웠다. 제품이나 매출의 문제라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라도 계속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는,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까지 바로 정리되는 것은 아니었다. 의견을 맞추는 과정에서 서로 서운했던 일도 있었고, 마무리하는 과정도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사무실 근처 카페에 모여 앉아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눴다. 서운했던 것과 고마웠던 것을 이야기하며, 함께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공동창업자들이 갈등 끝에 헤어지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다. 우리도 그렇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내 일이 되고 나니, 함께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끝까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일이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다.
5. 회고
잘한 거
- 겉으로 보여주기에 좋은 숫자를 늘리는데 신경쓰지 않고 정말로 해야 하는 일에 집중 한 것.
- “스타트업 꺼드럭” 없이 본질에 집중하려고 항상 노력한 점(그 때는 꺼드럭이라는 용어가 없었는데 당시 싫어하던 어떠한 행동들을 표현하기에 참 적절한 단어 같다)
- 불필요한 논의 대신 더 많은 시도를 하기 위해 때로는 결정권을 한사람에게 위임한 점.
- 1주 안에 결과를 내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날 것만 같이 마음을 조급하게 먹은 점
-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잘 기획한 점
- 제품을 빠르게 실행하려고 노력한 점
-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리고자 부단히 노력한 점
- 그 판단을 잘 설득하고자 여러방면에서 노력한 점
- 가끔은 점심시간에 나가 팀원들이랑 농구를 한 점
- 비록 외적인 문제로 그만두게 되었지만, 일적인 문제 앞에서는 여러 힘든 일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계속 앞으로 나가아갔던 점.
못한 거
- 유저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야 했다.
- (여러 제약이 있더라도) 초기부터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 실험을 할 때마다 기록을 더 철저히 남겨야 했다.
- 폴 그레이엄은 신이다. 이를 먼저 알았어야 했다.
- 돈을 받지 않는 MVP는 MVP가 아님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 아무리 가볍고 빠르게 하려고 하더라도, 회의마다 논의내용과 결론을 간단하게나마 기록을 남겼어야 했다.
- 각종 기획이나 아이디어가 있으면 설명을 구두로 하는 것이 아닌 글로 설명하는게 더 효과적임을 알았어야 했다.
- 투자를 돈의 관점이 아닌 팀적인 관점에서도 고려를 해봤어야 했다. (여전히 답은 모르겠지만.)
- 발표에서는 형식보다 전달하는 가치를 더 중요시 해야했다.
- 시장 규모에 대한 논의에서는 물러서지 말아야 했다.(당시에도 그냥 물러선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실행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넘어 갔었다. 되돌아보면 빠른 실행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모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게 더 도움이 되었을 듯 하다.)
- 발표에서 내가 설명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 더 신경 써야했다.
- 알아서 잘하기만을 바라지 말고, 각자 잘하고 못하는 일이 있음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서 더 효율적으로 일을 분배 했어야 했다.
- 어느 문제에 대해 논리적으로, 충분히 깊게 생각하면 비슷한 결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결과를 보고 관찰하는 것이 훨씬 도움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 일반인(자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감)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기업(투자금, 지원금에서 돈이 나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움을 미리 알았어야 했다.
-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금액대가 맞지 않으면 팔리지 않음을 알았어야 했다.
-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도 어느정도 근태에 관한 최소한의 합의된 규칙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 설득에 필요한 것은 논리뿐만 권위(에토스)와 감성(파토스)이 모두 필요함을 알았어야했다.
- 사람을 설득할 때 바텀업(생각이 형성된 순서대로 설명)보다 탑다운(핵심 메시지부터 설명하기) 방식으로 설명하는게 효과적임을 알았어야 했다.
6. 나가며: 창업을 끝내며
이렇게 창업의 여정이 끝나게 되었다.
창업을 하면서 몰랐던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다. 특히 오랜기간 애정을 쏟아서 밤낮으로 만들어온 프로덕트를 이제 끝낸다는게 제일 심적으로 힘들고 아쉬웠다.
창업을 끝낼 무렵, 만약에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 만약 처음부터 내가 더 잘 알았더라면 더 빠른 길로 갈 수 있었을까?
- 만약 더 큰 규모의 직군으로 접근했다면 달랐을까?
- 만약 그 때 우리가 투자를 받기로 했더라면 어떤 방향으로 되었을까?
- 만약에 내가 더 현명한 선택들을 내릴 수 있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을까?
하지만 많은 작은 후회들과 아쉬운 선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선택한 나의 결정에는 후회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유저 인터뷰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 그 어느때보다 신났던 기억이 난다.
《슬램덩크》의 강백호에게 영광의 순간이 산왕을 상대로 모든 것을 쏟아붓던 순간이었다면, 항상 스스로를 창업가나 개발자보다 'Product guy'로 규정해 온 나에게 영광의 순간은 유저로부터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다는 말을 듣게 된 그 순간이 아닌가 싶다.
멋진 걸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하게 된 창업이다.
그러니 이번 창업은 ‘최선을 다한 실패’라는 평가 대신
‘나름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스스로 내려보고자 한다.
이상으로 세상 누군가에게는 ‘너무 좋아서 나만 알고 싶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고생해봤던 후기를 마친다.
BM 시도 초기, 나는 시장규모를 우려했었다. 그래서 다른 직군이나, 더 큰 시장 규모를 타겟팅 해야한다는 이야기로 공동창업자들과 끝없는 토의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디자이너 직군을 먼저 해야한다는 의견에 내 의견을 한 수 접고 묻어왔었다. (그조차 온전한 내 판단이고 내 책임이었다. 나 또한 그 당시에 최우선적인 문제인줄은 알았으나 타협 불가능할만큼의 중요한 문제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