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 좋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해내는가?
2021년 마켓 리서치 기업 CB Insights이 111개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많은 이유 중 1위로 “시장 수요 없음”이 차지했다.
이 사례가 보여주듯이, 그리고 나도 너무 뼈저리게 느껴봤듯이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든다”라는 단순한 이 말. 너무도 당연해보이는 이 말을 실행해내기는 참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수요가 있는 프로덕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걸까?
이러한 고민을 달고 살았던 당시 폴 그레이엄의 한 아티클을 통해 배우게 된 내용이 있어서 이에 대해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1. 그냥 소설 속의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되는 경우
프로덕트를 만들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를 푸는 일이다. 이는 너무 유명하고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전히 스타트업이 저지르는 가장 많은 실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정말 많은 수의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려고 할 때 종종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또는 나쁜 아이디어에 속아 시간을 낭비한다고 한다.
YC에서는 이러한 가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가짜 아이디어를 “시트콤 아이디어” 라고 부른다. 스타트업 드라마에서 나오는 보기에만 그럴듯해보이는 그런 가짜 아이디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정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니즈 없음”을 피하는데 실패한다.
그렇다면 조금이나마 “시트콤 아이디어”를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2.가짜 아이디어를 피하고 진짜아이디어를 구하는법
2.1. 우물: 우물 같은 아이디어를 찾는다
깊이
성공한 프로덕트란 원하는 사람이 많고, 원하는 정도가 큰 프로덕트이다. 하지만 실제 비지니스 세계를 보면 많은 사람이, 당장 해결하기를 원하는 문제라면, 이미 누군가가 선점하고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 가지 요소를 희생하여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 많은 사람이 적당히 원하는 것
- 적은 사람이 정말 원하는 것
만약 시트콤 아이디어를 피하고 싶다면, 둘 중에 두 번째, 적은 사람이라도 정말 원하는 것을 골라야 한다. 이러한 모든 아이디어가 좋은 스타트업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좋은 스타트업은 이러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 누가 당장 쓰기를 원해 하는가?
- 만든 사람이 누구든, 얼마나 작은 회사든, 제품이 얼마나 아직 조잡하건간에 너무 필요해서 쓸 사람이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우물” 같은 좋은 아이디어다.
Not all ideas of that type are good startup ideas, but nearly all good startup ideas are of that type.
너비
깊이는 우물 모양의 아이디어를 찾는데 필수적인 요건이지만, 충분 조건은 아니다.
우물이 되려면 옆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페이스북이 하버드에서만 가능했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초기 컴퓨터(알테어 8800)에서만 돌아가는 BASIC 인터프리터만 가능했다면, 큰 기업이 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시트콤이 아닌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초기에는 깊이에 집중해야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옆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지의 여부도 “우물” 모양의 아이디어를 구성하는데 필수 요소인 것이다.
2.2. 오가닉: 나의 삶 속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
알아채기 Noticing
그렇다면 시트콤 같은 아이디어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그 방법은 바로 아이디어를 구하는게(GET) 아니라 알아채는 것(Noticing)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는 “누군가는 이런 불편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희망에서 시작하기보다, 내가 살아가면서 직접 느낀 불편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가상 속에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폴 그레이엄은 아이디어란 생각해내는 것이 아닌 알아채는 것이라는 표현을 쓴다.
경쟁 피하지 말기 Competition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흔히 “이미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경쟁자가 있다고 해서 쫄 필요는 없다. 경쟁자 때문에 비지니스가 실패하는 경우는 정말 극히 드물고,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만드는 제품을 “당장” 쓰고 싶어하는 유저 있는지 없는지의 여부이다. 소비자들이 아예 내 프로덕트를 선택하지 못하게 락인되어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디어를 버리지 말고 계속 시도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섹시하지 않고, 노가다스러운 일하기 Schlep, Unsexy filter
좋은 아이디어는 흔히 섹시하지 않고 노가다스러운 일들 사이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멋진 코드를 작성하고 서버에 배포하기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자동화된 방식의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리고 최대한 현실 세계와 너무 복잡하게 얽히는 것은 피하고 싶어한다. 물론 이는 최소 노력으로 최대 결과를 얻으려는 합리적인 생각이지만, 워낙 이런 어려움 없고 쉽고 단순한 방식 선호하는 사람이 많아, 이 쪽에서의 좋은 아이디어는 이미 대부분 다 누군가가 가져가버렸다. 하지만 섹시하지 않고, 노가다스러운 분야는 아직도 창창하다. 아무도 하고싶어하지 않기에 보석과도 같은 아이디어들이 넘친다. 만약 마음을 조금만 다르게 먹고 번거롭고 지루한 아이디어들을 찾아본다면, 구현만을 기다리고 있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들을 정말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맞는 말 같다. 언섹시한 아이디어에서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다는 것)
2.3 BE: 그런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다. 스스로 완벽한 사람이 되고, 자연스럽게 그리는 것이다
로버트 M. 퍼시그
어떤 아이디어가 성공적인 아이디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도 처음에 그 시장이 얼마나 잠재력이 큰지 모르고 있었으며 빌 게이츠도, 마크 주커버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당시 그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은 지금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있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그렇다면 내 아이디어가 이런 우물 모양의, 일상 속 섹시하지 않은 아이디어인지 아닌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정답은 조금 실망스러운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공적인 창립자들이 아이디어를 가진 방법을 살펴보면, 그것은 대체로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떠한 외부 자극을 만난 결과였던 경우가 많다.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알테어(초기 컴퓨터)에 대해 듣고 베이직 인터프리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류 휴스턴은 USB 스틱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고 "내 파일들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4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에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고 싶은지 물었다면 대부분 아니라고 했겠지만 저커버그는 이미 온라인에서 살고 있었고, 그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를 폴 부히트와 퍼식의 표현을 빌려 표현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미래에 살면서, 현재의 빈 부분을 채워나간다.
Live in the future, then build what's missing.
3. 나의 오답노트
우물의 깊이가 충분히 깊지 않았다.
내가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전 스스로에게 아니면 유저에게 확인해야하는 점은 우물의 깊이였다. 과연 돈주고 쓸만큼 필요한가? 하지만 이러한 점은 충분히 고민을 못하고 바로 MVP를 만들어 여러 가설을 테스트를 하는데 시간과 힘을 쏟았다.
- 유저와 고객의 차이를 몰랐다. → 유저가 아닌 고객의 우물에 더 집중해야했다.
- 돈을 낼 정도의 문제를 찾았어야했다. → 너무 좋아하는 프로덕트가 아니라 너무 좋아서 “돈까지 낼” 프로덕트가 필요했다.
- 가설을 명확히 세우고 실패시 전진이 아니라 후진을 했어야했다. → 가설을 명확히 세우고 달성을 못할 시 우물의 깊이에 대해 더 고민을 했어야 했다.
결론
시장의 수요가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많은 노력이 드는 일이다. 상상 속에서가 아닌 내 삶 속에서, 우물 모양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수많은 탐색이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그 과정들은 “그런 사람”이 되는 과정인 것 같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마법 같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팁 정도는 있는 듯 하다 .
우물의 깊이가 충분하지 못하면, 앞으로 갈게 아니라 뒤로 되돌아가서 고민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