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
2024-04-08
디자인을 잘하는 것은 어렵다.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이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편하게, 개발가능하게, 그러면서도) 이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잘할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혼자 공부하며 얻은 결론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1. UX: 이쁘게가 아니라 편하게 만든다.
내가 처음 디자인을 공부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 일을 할 때였다. 당시 디자인과 개발을 모두 했어야했는데, 나는 디자인에 대해 무지했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었기에 Google, Facebook, Airbnb 등 해외 대기업과 각종 에이전시의 “디자인 고수”들의 자료(책, 아티클, 영상 등)를 집착적으로 찾아보곤 했었다.
디자인 고수들의 공통점: “이쁘게”가 아니라 “편하게”
그렇게 여러 자료들을 보다보니 “디자인 고수”들의 말에는 한 가지 이상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모두가 “어떻게 이쁘게 만들까”(UI)가 아닌 “어떻게 편하게 만들까”(UX)에 대해만 얘기한다는 점이었다. 유저인터뷰, 페르소나 설정, 페인포인트 분석, 유저저니맵 등 유저의 입장을 더 잘 이해하여 “편한” 제품을 전달하는 법에 대해 하나같이 매우 강조하곤했다. 그리고 “이쁜” 디자인을 만드는 방법에 관해서는 잠깐 언급만하고 휙 지나갔는데 당시 “이쁜” 디자인을 만드는 법을 몰랐던 나는 “그게 몬데…. 어떻게 하는건데….ㅜ”를 홀로 외치며 분통이 터졌던 기억이 난다.
유저들의 관심사
당시에는 완벽히 이해 하지는 못했었지만, 나는 고수들의 조언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유저는 누굴까?” “어떤 페인포인트를 가지고 있을까?”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들에게 어깨 넘어 배운 방법들을 적용시켜보곤 했다. 직접 인터뷰하고, 디자인하고, 반응을 살펴보고, 피드백을 적용시키고, 그러다보니 그제서야 왜 그들이 그렇게 UX를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유저들은 얼마나 이쁘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턴과 창업 등 여러 시행착오와 디자인 경험을 겪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좋은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해주는 디자인이구나.
2. UI: 그러면서 이쁘게 만든다.
쓰기 편한 디자인(UX)을 만드는 일이 이쁜 디자인(UI)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난 후 알게 된 것은 이쁜게 중요하다는 역설적이고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게 바로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 조상들의 말이 디자인을 두고 하는 말이었을까? (응 아냐)
만약 쓰기 편한게 좋은 디자인의 핵심 요소라면 왜 이쁘게 만드는 것이 좋은 디자인에 그렇게 중요할까?
“그것이 디자인이기 때문에” 라는 당연한 말 대신 두 가지 구체적인 디자인 연구결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원칙1: 이쁠 수록 편하다고 느낀다.
미적 사용성 효과(aesthetic-usability effect)는 사용자들이 매력적인 제품을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경향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쁠 수록 편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마이너한 문제(minor usability problems)일 경우에만 그렇고 큰 문제에는 적용이 안된다고는 하지만 참 신기한 연구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효과는 너무 강력해서 종종 UX 리서처들의 테스트를 방해하기도 한다고 한다. 유저들이 원하는 기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사용성)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이런 저런 테스팅을 해볼 때 유저들은 핵심 기능이 아닌 사소한 시각적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할 때가 많다고 한다. “어떠세요?” 라는 질문에 ”오….. 사이트 색깔이 너무 좋은데요?” 라며 말이다. 나 역시 편의성 확인을 위해 시도때도 없이 유저테스트를 시도 해본 입장으로써 너무 공감되는…… 웃픈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쁜게 편하다는 그 말이 나름 공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쓸 데는 없는데 괜히 갖고 싶은 것들의 이유가 이 때문일까? 나도 예전에 정말 갖고 싶었던 “예쁜 쓰레기”라는 별명을 가진 폰이 있었다. 너무 느리고, 배터리도 금방 닳고, 성능도 너무 느리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던 그런 폰이었다. 이처럼 심미성은 유저 경험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이쁘게 만드는게 참 중요하다.
The aesthetic-usability effect refers to users’ tendency to perceive attractive products as more usable. People tend to believe that things that look better will work better — even if they aren’t actually more effective or efficient.
https://www.nngroup.com/articles/aesthetic-usability-effect/
원칙2: 찰나의 순간에 시각적인 요소로 첫인상이 결정된다.
평균적으로 사용자들은 한 사이트에 방문한지 50밀리세컨드 안에 첫 인상이 결정된다고 한다. 이는 글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약 10배 빠른 속도이다. 따라서 “편함”만으로는 좋은 인상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첫 인상은 무엇이 있는지 읽기도 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쁜” 시각적인 요소를 만드는 일은 서비스의 인상을 결정 짓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인상에는 신뢰도 또한 포함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면에 어떤 요소가 두드러지게 보이는지, 그 요소가 사용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는 지에 따라 사이트의 신뢰도가 결정된다고 한다. 화면 속 시각 요소들이 우리 인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알면 알게 될 수록 참 놀랍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좋은 디자인에 있어서 시각적인 요소가 왜 여전히 배제될 수 없는지 깨닫게 해준다.
The first visceral reaction to a site’s design influence how users perceive relevance, credibility, and even usability. By incorporating this knowledge throughout the design process, designers can make more effective products.
https://www.nngroup.com/articles/first-impressions-human-automaticity/
이 외에도 시각적인 중요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많다. 하지만 굳이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모두 경험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괜히 한번 더 쓰고싶은 앱이나 웹사이트가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렇게 느끼게 된 이유는 특별한 이유가 아닌 이쁜 디자인 그 자체에 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디자인을 공부하고 공부해서 내가 돌고돌아 다시 깨닫게 된 새삼스러운 교훈은 다음과 같다.
좋은 디자인이란 “이쁜” 디자인이구나. (이제 알았니..? )
3. DX: 그러면서 개발 가능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바로 바로 개발이 가능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디자이너 채용플랫폼(seezak)을 만들 당시, 여러 스타트업으로부터 그들이 어떤 디자이너를 원하는지에 대해 수도 없이 들을 수 있었다. 기업들이 항상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개발자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지”였다. 이쁜게 그렇게 유저의 경험에 중요하다면 왜 이쁜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개발자와 협업한 경험이 있는 디자이너를 원했던 걸까? 그것은 바로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제 결과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자인적 “가성비”
나 역시 디자인을 공부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 중에 하나는 “개발이 가능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나는 개발을 아는 상태로 디자인을 공부해서인지 디자인을 공부하는게 더 어려웠었다. Behance나 Dribbble 등 여러 유명 디자인 레퍼런스 사이트들을 보면 ..….?ㅎㅎㅎ 하는 디자인들이 많았다. 물론 유저의 경험이 최우선이 되야하는 것은 맞지만 소위 “가성비”가 안 나오는 디자인들이 참 많았다. 만약 훨씬 더 개발시간을 적게 들고 비슷한 유저경험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 있다면 그 디자인이 훨씬 더 “좋은” 디자인일 것이고, 실력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 가성비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한다.
개발자보다 더 개발을 잘하는 디자이너
나 또한도 그 “가성비”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많이 헤멨었는데 그렇게 헤메다 내가 발견한 답 중에 하나는 바로 디자인 시스템이었다. 개발 가능한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다가 우연히 구글의 Material Design을 보았는데 그건 정말 혁신이었다. 내가 공부할 당시 버전2(M2)였는데 머터리얼 디자인의 모든 다큐멘테이션,IOS 디자인 시스템, Attlassian(JIRA개발사) 등의 디자인시스템을 세세히 반복해서 읽어가며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적은 양의 디자인으로 많은 양의 케이스를 커버하다니…… 그리고 이렇게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다니….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아마 어떻게 해야 소수의 색상, 폰트크기, 간격, 컴포넌트 등 으로 일관적인 디자인이 가능할까 정말 많은 양의 아티클을 읽어가며 혼자 깊게 고민해보았었기에 그 울림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디자인 시스템 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디자이너들이 정리해놓은 8pt grid system 이라던지, 사이트마다 다른 폰트 크기 셋이라던지, 흔히 쓰이는 IA패턴 등 소위 “개발 가능한” 디자인을 해주는 요소들에 잘 정리된 디자이너들의 자료들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잘하는 디자이너들은 개발자인 나보다도 더 개발이 가능한 디자인을 잘 만드는구나”라는 사실이다.
그 후 일하면서도 개발이 되도록 디자인할 줄 아는 디자이너, 그렇지 못한 디자이너들을 만나게 되면서 내가 알게 된 좋은 디자인의 마지막 요소는 다음과 같다.
좋은 디자인이란 “개발이 가능한” 디자인이구나.
결론
내가 처음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을때 나는 좋은 디자인이란 단지 이쁜 화면을 만드는 것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디자인 고수들의 조언과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서 이제는 좋은 디자인이란 “편하고”, “이쁘고”, “개발 가능한“ 것의 총 합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유저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이쁘면서도, 개발 가능한 “좋은 디자인”을 만든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디자인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여러 생각을 해봐도 적절한 답이 떠오르지 않던 찰나,
챗지피티를 통해 그 답을 조금이나마 유추 해볼 수 있었다.
유저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해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것.
이것이 내가 고수들을 통해 배운 디자인을 잘하는 법의 본질인 듯하다.
* 끝! 앞으로 내가 어깨 넘어 배우게 된 “다방면“의 방법에 대해 종종 써보고자 한다.